「개발은 늦어도 괜찮은가 보네.」
영업팀에서 이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같은 2주 지연인데 개발은 「기술적으로 변수가 있었겠지」로 넘어가고, 영업은 보고서를 쓰고 대안을 냅니다. 태도가 달라서가 아닙니다. 산출이 숫자로 잡히는 주기가 달라서입니다.

영업 실적 압박은 왜 영업에만 몰리나요
기준이 달라서는 아닙니다. 집계 주기가 달라서 다르게 작동합니다. 영업은 계약 건수와 금액이 곧 산출이라 주간 회의 자료에 그대로 올라갑니다. 개발은 기능이 배포돼야 산출이 되고, 그 사이 6주는 회의 자료에 「진행 중」 한 줄입니다. 같은 6주를 놓고 영업에는 여섯 번의 기록이 남고 개발에는 한 번의 기록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개발은 늦어도 괜찮은가 보네.」 「기능 하나 나와도 다 같이 칭찬받잖아.」 「마케팅은 이벤트 한번 하면 수고했다고 하는데, 우린 거기서 수주 못 하면 욕먹지.」
세일즈가 죄인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좋게 말해 「긴장감 있는 팀」, 「숫자가 운명인 팀」이고 다른 말로는 「항상 혼나는 팀」입니다.
영업만 매주 숫자로 불리는 이유가 뭔가요
숫자가 매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집계되는 것에는 미달이 남습니다. 집계되지 않는 것에는 미달이 남지 않습니다. 개발이 주말에 나와 로그를 뒤진 열두 시간은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가고, 영업이 못 채운 3천만 원은 빨간 글씨로 들어갑니다. 회의실에 놓이는 건 후자뿐이라 회의실에서 보이는 고생의 총량이 왜곡됩니다.
| 팀 | 산출이 확정되는 시점 | 2주 지연이 남는 자리 |
|---|---|---|
| 영업 | 계약일 — 주 단위 | 주간 자료의 미달 칸 |
| 마케팅 | 캠페인 종료 — 월 단위 | 종료 리포트의 해석 문단 |
| 개발 | 배포일 — 스프린트·분기 단위 | 「진행 중」 한 줄 |
Steven Kerr 가 1975년에 쓴 논문의 제목이 이 상황을 그대로 말합니다. 「A를 보상하면서 B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조직은 협업을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개인 실적을 보상하고, 과정을 보겠다고 말하면서 결과만 집계합니다. 우리 회의도 같습니다. 팀워크를 말하면서 한 팀의 숫자만 매주 세고 있습니다.
그럼 개발팀은 편한 건가요
얼마 전 개발자 몇 분과 저녁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요즘 별일 없으시죠?」 하고 무심히 물었는데, 그 대답이 생각보다 무겁게 가슴에 박혔습니다.
전략기획이 몇 번 바뀌어 전체 설계를 다시 짜야 했고, 하루 세 시간씩 자고 주말마다 나와서 마감에 쫓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슈 하나 나면 원인 찾느라 몇 시간씩 로그만 뒤지고, 배포 전날에는 장애가 날까 싶어 모니터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쉰다고요. 문제가 생기면 슬랙에 자기 이름이 먼저 언급될까 봐 팀 채널에 멘션 알림만 울려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고도 했습니다.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세일즈가 밖에서 땀 흘리면서 뛰어다닐 때, 개발은 안에서 조용히 머리 싸매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저쪽이 편한 줄 알았습니다. 회의실에서 그 팀의 고생이 안 보였을 뿐이고, 그 고생은 회의실 밖에서 개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일이 다르면 고생도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릅니다.
리더는 무엇부터 바꾸나요
숫자를 없애는 쪽으로 가면 관리가 무너집니다. 바꿀 것은 숫자가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묻는 깊이입니다.
- 지연의 사유를 팀마다 같은 깊이로 묻습니다. 한쪽에는 사유를 묻고 한쪽에는 결과만 묻는 자리가 문제를 만듭니다
- 영업 자료에 미달만 남기지 않습니다. 그 주에 잡힌 다음 미팅, 참여한 이해관계자, 넘어간 단계를 같은 칸에 적어 두면 과정이 보입니다
- 개발·지원 부서의 산출에도 중간 기록을 만듭니다. 배포까지 6주면 그 사이에 남는 것이 「진행 중」 하나뿐이어서는 곤란합니다
- 칭찬의 주기를 맞춥니다. 기능 하나에 박수가 나온다면, 재계약 하나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크기로 나와야 합니다
칭찬도 책임도 인정도 조금 더 고르게 나눠질 수 있습니다. 주기를 맞추는 일이 그 시작입니다.
숫자가 계속 안 나오는 시기를 영업 담당자가 어떻게 버티는지는 영업 슬럼프, 사무실 안에서는 안 풀리는 이유에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성과 평가 기준은 팀마다 달라야 하나요?
- 기준이 아니라 주기가 달라야 합니다. 영업은 주 단위로 숫자가 잡히고 개발은 배포 단위로 잡힙니다. 같은 주기로 보면 한쪽만 매주 미달로 기록됩니다.
- 영업팀만 압박을 받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뭔가요?
- 영업의 산출은 계약 건수와 금액이라 매주 집계됩니다. 집계되는 숫자에는 미달이 남고, 집계되지 않는 노력에는 미달이 남지 않습니다.
- 개발이나 지원 부서는 실제로 부담이 적은가요?
- 부담의 총량보다 드러나는 방식이 다릅니다. 장애와 마감은 그 팀 안에서 개인 이름으로 불리고, 회의 자료에는 그 과정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 리더가 먼저 고칠 것은 무엇인가요?
- 숫자를 없애는 쪽이 아닙니다. 같은 회의에서 지연의 사유를 팀마다 같은 깊이로 묻는 것입니다. 한쪽에만 사유를 묻고 한쪽에는 결과만 묻는 자리가 문제입니다.
- 그럼 영업 목표를 낮춰야 하나요?
- 목표 대신 기록 방식을 바꿉니다. 미달만 남기지 말고 그 주에 만들어진 미팅·다음 단계·이해관계자 참여를 같이 남기면 과정이 보입니다.